본문 바로가기
책 이야기/인문

[책리뷰]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1/2]

by 책읽는윤기린 2024. 2. 9.
반응형

책과의 만남

넷제로(Net-Zero)와 같은 개념들은 이제 모두에게 익숙합니다. 점점 더 빨라지는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대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기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듣똑라 작가의 <우리를 구할 가장 작은 움직임, 원헬스> 책을 읽으면서 원헬스에 대한 개념도 이해했습니다. 앞으로 되도록이면 친환경제품들을 사용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고기 소비도 조금씩 줄여보자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이 책은 제목부터가 제 뒤통수를 때리는 듯했습니다. 물론, 친환경제품이라고 하는 텀블러, 에코백 등의 제품들도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기 마련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습니다. 텀블러는 최소 15회 이상은 사용해야 사용 가치가 생기는 것과 같은 사실들을 인지하고는 있었습니다. 그래도 이 제목은 읽어보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읽어봤습니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1장 음식, '자연의 버터' 아보카도는 인공 버터와 얼마나 다를까?

아보카도를 즐겨 먹는다는 것은 고래잡이에 동참하고 철갑상어 초밥을 아이들의 눈물에 찍어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나는 멕시코의 항구도시 아카풀코나 여느 남미의 해변에 앉아 있을 기회가 온다면 그때 다시 아보카도를 먹겠노라고 마음먹었다.
가장 지키기 어려운 것은 제철 식품을 사 먹는 것이다.

> 아보카도는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아져서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요리에도 재료로써 많이 들어간다. 물론 아보카도라는 열매가 우리의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어디선가 대량으로 재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보카도 나무는 물먹는 괴물이라고도 불린다. 동일 면적의 숲과 대비해도 몇 배의 물이 필요하다. 또한 아보카도가 수입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420g으로 바나나의 약 5배나 높고, 물 소비량은 개당 320L가 필요한데, 이는 바나나에 비해 약 2배 이상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재배농장 주변의 지역사회에서는 물 부족 문제까지도 발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원헬스에서도 배운 것이지만, 아보카도 나무를 키우기 위해서 기존 숲을 없앴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원헬스가 궁금하다면 링크를 눌러보세요.)
건강에도 좋고, 맛과 풍미도 좋은 음식 재료는 아보카도만 있는 게 아니다. 

 

2장 자동차, 요란스럽고 뚱뚱한 차를 꼭 가져야만 할까?

거대 자동차 기업들이 수익을 기대하는 분야는 ACES이다. A는 자율주행(Autonomes Faheren), C는 연결(Connectivity), E는 전기화(Elektrifizieruung), S는 공유(Sharing)를 뜻한다. 앞으로는 모빌리티 시장이 발전되고 확대되어 내 차를 갖는 것이 아니라 공유 모빌리티를 이용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 우리나라만 봐도 1.99명당 자동차 1대를 소유하고 있다. 차량은 생산과정, 운행과정 그리고 폐기과정까지도 탄소배출량이 높은 편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편하게 누리던 것을 누리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불편함을 감수할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물론 서서히 인식과 삶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기존의 불편함을 불편함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ACES의 분야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친환경 차량, 특히 전기차량이 친숙하고, 요새는 주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보급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전기차도 생산하는 과정과 전기차의 연료가 되는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 폐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차량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내연기관 차량이 개발되어 지금까지 오랜 시간 발전해 오면서 차량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들이 최적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탄소배출량도 많이 줄였다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개발에 가속이 붙은 전기차 또한 내연기관 차량과의 탄소배출량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들이 전부 녹아들어 있겠지만, 앞으로의 기술발달은 탄소발자국을 현저하게 감소시킨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전기 생산은 전기차만을 위해서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단 1초도 쉬지 않고, 전기를 소모하고 있다.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들 또한 꾸준히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AAM, PBV 등의 공유 모빌리티들이다. 차가 내 직업 등의 이유로 반드시 소유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 변화할 공유 모빌리티 시장은 우리 삶의 형태를 바꿔주는 것과 동시에 자동차가 가지는 환경문제를 큰 폭으로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3장 여행, 그렇게 빨리 날아갈 필요가 있을까?

여행은 계속되어야 하지만, '슬로우 트래블(slow travel)' 운동에서 권하듯 서두르지 않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만이 아니라 가는 과정도 느긋하게 즐기는 예전의 여행으로 말이다. 지평을 넓혀주는 여행은 필수에 가깝지만, 쇼핑이나 파티를 벌이려고 제트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식의 여행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로마와 아테네, 라플란드에서
우리는 구석구석 살펴보기 바쁘다네
허나 정작 우리 조국에서는
눈 뜬 장님처럼 더듬거리며 돌아다니는구나

- 카를 짐로크(Karl Simrock) - 

> 처음 제목만 봤을 때는 살짝 의문이 들었다. 여행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가능하면 빨리 날아가는 것이 좋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장을 다 읽고 나서는 조금 반성하게 되었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긴 하지만, 평소 해외여행을 많이 해보지 못했다. 오히려 국내여행을 더 많이 다녔던 것 같다. 기차를 타고 창 밖을 보는 것도 좋아하고, 걷는 것도 좋아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차를 많이 타고 다녔던 것 같다. 이번 장에서는 비행기 대신 자동차로 바꿔서 생각해 봤다. 차를 사고부터는 편안함과 빠른 것을 추구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만의 비행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비행기는 필요 목적 혹은 좋은 목적으로 이용하고 가끔은 아니 때때로 혹은 대체로 슬로우 트래블처럼 다녀보는 것은 어떨까?

 

4장 패션, 지구를 생각해서 에코백 하나를 더 사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적게 구매하라

H&M은 자사 제품에서 건강과 환경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 라벨이 붙은 바지를 자주 입는다면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서구권 국가의 의류공장들이 수십 년 동안의 선의로 노동자 보호 정책과 노동권까지 같이 수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들이 소득 증가 혜택을 톡톡히 누렸고, 이는 지역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라와 H&M은 온디맨드(On-Demand), 즉 각 라인의 수요에 맞춰 생산을 조정한다. 

> 지구, 사회, 집단에서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적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말은 하지 않더라도 은연중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더 많다고 생각한다. '나 하나 한다고 달라지겠어.'라는 안일하고 때로는 비겁한 변명 뒤에 숨어버린다. 인간은 계속해서 지구의 자원들을 채취한다. 채취한 자원들은 여러 형태의 공산품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그런 공산품들은 우리 개개인이 구매해서 사용하게 된다. 전기도 해당된다. 이 말을 다시 거꾸로 올라가면, 개개인이 구매하고 사용하는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에 공급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 절대 아니다. 나 하나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구, 사회, 집단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완전한 소수가 아니라, 불완전한 다수라는 점을 항상 생각하기를 바란다.

 

5장 전자제품, 썩어 없어지는 아이폰을 만들 순 없을까?

자연은 쓰레기라는 것을 모른다. 자연이 배출하는 것에는 무엇하나 쓸모없는 것이 없다. 떨어진 꽃잎에도 나름의 기능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자연을 닮는 법을 배워야 한다. 미하엘 브라운가르트(Michael Braungart) 교수는 디자이너 윌리엄 맥도너(William McDonough)와 함께 연구소를 차려서 업사이클링(upcycling)을 연구 중이다.
* 업사이클링(upcycling): 산업생산에 쓰이는 모든 소재를 생분해나 재활용이 가능한 요소로만 만드는 것
브라운가르트는 우리가 너무 많은 전자제품을 사용한다는 사실보다는 그것을 일회용 제품으로 전락시켰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다. 

> 책의 내용에선 위와 같은 부분을 인용했지만, 결론적으로 전기와 전자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브라운가르트의 말처럼 우리는 현재 많은 전자제품을 일회용 제품처럼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상품들과 매년 업그레이드되는 기능들, 그리고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까지 모두 전기와 전자제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전기 없이 살 수 있을까요? 단언컨대 살 수 없을 거예요. 지금 이 글을 여러분들께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여러분들이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 글을 볼 수 있는 것도 전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좋아요를 한 번 누를 때마다 생수 한 병이 날아간다고 합니다. 좋아요를 누르기 위한 SNS를 운영하기 위한 거대한 서버는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 중이고, 냉방장치로 발열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꼭 콘센트에 전원선을 연결해서 전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 답은 앞서 살펴본 4장에 나와 있는 듯합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적게 사용하라. 사용량이 적으면 빌딩만 한 서버실도 필요 없을 테죠.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살아오고 있기 때문이에요. 코로나의 장점이 있다면, 전 세계인들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쩌면 그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한 위기가 찾아왔을 때, 우리 모두가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전에 조금씩이라도 줄여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불완전한 다수의 한 명이 되어보는 거죠.

 

읽고 나서

이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6장 주거, 7장 쓰레기와 플라스틱, 8장 동물사랑, 9장 스포츠, 10장 깨끗한 공기까지 구성되어 있는데요. 후기를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진 것 같아서 5장씩 나눠서 써보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혹은 간과하고 있던 사실들을 계속해서 살펴보고 있으니까 다음 글도 꼭 읽어봐 주세요!!! 
최종 후기는 다음 글에서 작성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친환경적인 행동은 친환경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쓰던 것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쓰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면서 1부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플랜카드를 들고 거리로 나서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그래서 텀블러로 일말의 ‘환경 양심’이라도 달래려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을 위한 환경 에세이. 종말론적인 구호나 무늬만 친환경적인 소비문화를 넘어 인간을 한껏 긍정하면서도 일상에서도 실천 가능한 환경 습관을 풍부한 철학적ㆍ역사적 맥락을 들어가며 소개한다. 전작에 이어 환경 분야에서도 품위 있는 삶의 양식을 고안한 저자 쇤부르크는 특유의 ‘달콤씁쓸한’ 필체로 우리가 먹고, 입고, 누리고, 버리는 기존의 모든 습관을 돌아보며 ‘녹색의 쾌락주의’라는 슬기로운 환경생활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출판
추수밭
출판일
2023.06.28
반응형